[부자됩시다] 아파트 리모델링 그거 돈되네

“시간이 걸리더라도 재건축을 해야지, 리모델링은 해봤자 집값도 별로 오르지 않을텐데….”

지은 지 20~30년 된 낡은 아파트 조합원이나 일반인들이 재건축과 리모델링에 대해 흔히 갖고 있는 선입견 가운데 하나다.
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정부가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지속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리모델링이 아직 우리나라에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.

`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`는 기로에서 선뜻 리모델링 쪽을 택하는 단지가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.
하지만 200가구 이상 중형급 단지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하는 서울 방배동 쌍용예가클래식 아파트(옛 방배 궁전)는 이런 통념이 오해였음을 보여준다.

◆ 중형급 단지 첫 리모델링

서울 서초구 방배본동 속칭 카페골목 바로 옆에 있는 방배 궁전아파트. 지상 12층 3개동, 216가구로 구성된 중층 단지다.

지난해 7월 시작된 리모델링 공사가 올해 말 완료되면 `쌍용예가클래식`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. 지난 78년 첫 입주한 지 28년 만이다.
기존 용적률이 220%에 달하는 데다 4년 전 안전진단 통과 실패가 리모델링을 선택하게 된 현실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.

이 단지 리모델링은 뼈대만 남기고 건물 외관, 단지 조경, 주차장, 배관은 물론 아파트 내부 구조까지 완전히 뜯어고치는 식으로 진행한다.
기존 복도식이었던 구조를 계단식으로 개조해 복도쪽 공간을 집안으로 끌어들인다.
덕분에 가구당 실평수가 7~9평씩 늘어나 27평형은 35평형으로, 34평형은 43평형, 46평형은 53평형으로 각각 변신한다.

동과 동 사이 공간에 지하주차장을 새로 파 고질적인 주차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.
창고 등으로 방치했던 기존 아파트 지하실을 신설한 주차장과 연결해 지하 1층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.

박윤섭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부장은 “리모델링 단지에 지하 주차장까지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은 이 아파트가 처음”이라며 “시공방법에 대해 현재 특허출원을 해놓은 상태”라고 밝혔다.
기존 지상 주차장은 5~6개 미니 공원으로 재단장하고 피트니스센터와 가구별 라커, 골프연습장 등 주민공동시설도 새로 만든다.

◆ 리모델링 후 집값 껑충

국민은행이 조사한 쌍용예가클래식 53평형 시세는 평균 12억6000만원(리모델링 부담금 포함). 리모델링 논의가 막 시작된 2003년 6월(6억1000만원)에 비해 3년 새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.

평당가가 2377만원으로 인근에서 비슷한 규모(206가구)로 5년 전 신축한 현대멤피스 아파트 59평형(2280만원)보다 오히려 더 비싸다. 3년 전만 해도 현대멤피스가 10~15% 더 비쌌지만 지금은 완전히 역전됐다.

방배동 S공인 관계자는 “리모델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새 아파트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”며 “단지 전체를 통틀어 매물이 35평형 저층 1개에 불과해 거래는 거의 없다”고 말했다.
지난해 9월 말 인근 옛 방배 삼호아파트 1개동 96가구를 리모델링한 삼성 래미안 애비뉴도 꽤 올랐지만 소규모 단지라는 한계는 있다. 63평형이 평당 1855만원으로 3년 전에 비해 36.6% 상승했다.
현재 리모델링을 끝내고 입주한 마포 용강, 방배 삼호, 이촌동 로얄 등 3곳은 모두 100가구 미만 미니단지여서 리모델링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.

◆ 리모델링 혜택 많아

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조합원 비용부담이 작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. 아파트나 주택을 신ㆍ증축할 때는 물론 재건축 때도 늘어나는 연면적만큼 기반시설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예외로 인정받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.

재건축 단지에 적용되는 개발이익부담금, 소형평형 의무비율, 임대주택 의무건설, 조합원 지분 전매제한 등 각종 규제와도 상관없다. 취득ㆍ등록세도 리모델링 분담금(공사비) 대비 2.08%만 내면 돼 재건축보다 부담이 훨씬 작다.

공사기간도 대개 1년6개월~2년으로 철거부터 입주까지 3년~3년6개월 정도 걸리는 재건축에 비해 절반이면 충분하다.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“비슷한 강남지역 중층 단지끼리 비교해보면 리모델링 때 조합원 부담금이 재건축보다 절반 이상 적게 들 것으로 보인다”고 말했다.

실제 방배 궁전아파트 조합원들은 실평수가 7~9평 늘어나는 대가로 가구당 1억~1억6000만원을 부담했다. 반면 인근 잠원동 일대 재건축 단지에선 같은 35평형으로 옮겨가는 데 2억4800만원(한신 5차), 43평형으로 넓혀가려면 3억1000만원(한신 6차) 정도 추가부담금을 내야 한다. 여기에다 입주 후 재건축 부담금까지 내야 한다.

◆ 사업진행 지지부진

강남권을 중심으로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는 모두 30여 곳에 이른다. 하지만 이미 행위허가(사업승인)를 받아 리모델링을 사실상 확정한 단지는 당산동 평화, 도곡동 동신, 잠원 한신13차 등 3곳뿐이다.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단지들은 아직 충분한 조합원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대부분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.

이촌동 J공인 관계자는 “혹시 나중에 재건축 규제가 풀리면 기다렸다가 재건축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미련 때문에 리모델링에 동의하지 않는 조합원이 꽤 있다”고 말했다. 재건축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건설사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.

한 건설사 관계자는 “리모델링에선 단지 구조나 평면 설계에서 좀 더 많은 공과 비용을 들여야 주민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”며 “브랜드 인지도만 갖고는 덤벼들기 어려운 시장”이라고 말했다.

[매일경제 2006.09.18] 설진훈기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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